[문화산책] 화가들이 꿈꾸는 LA강 사랑
이번 여름, 의미 있는 전시회가 하나 열린다는 소식이다. LA강을 주제로 이 지역 작가 11명이 뜻을 모아 의욕적으로 꾸미는 기획전 ‘OUR RIVER: city floodplain’이다. 상당한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반갑고 고맙다. “LA강이라구? 아니 LA에 무슨 강이 있다는 거야?” 많은 이들이 이렇게 반문하며 뜨악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있습니다. LA강은 로스앤젤레스 산에서 발원하여 여러 커뮤니티를 거치며 롱비치 하류로 흘러 바다에 이르는 51마일 길이의 강입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을 따름이죠.” 이런 대답에는 더 볼멘소리가 돌아올 것이다. “그게 무슨 강이야? 콘크리트 수로(水路)지! 물도 제대로 안 흐르는 강이 무슨 놈의 강이야? 개천이나 도랑이지!” 그렇다. 예술가들의 계획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우리에게도 강다운 강이 필요하다. LA강을 저렇게 특징 없는 ‘콘크리트 폐수 시스템’으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삭막한 사막도시이기에 더욱 시원한 강이 필요하다. 더구나, 최근 들어 그 강을 아예 콘크리트로 덮어버리려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에 예술가들은 한층 더 마음이 바빠졌다. 화가들의 꿈은 LA강을 자연 상태로 살리는 것이다. 인공적으로 물의 흐름을 고치려 들지 말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맑고 시원한 물이 흐르고, 주변에 나무와 수초가 싱싱하게 자라 바람에 흩날리고, 물고기들이 돌아와 뛰놀고 새들 노래하는 그런 생명의 강으로 만드는 일…. 강이야 말로 우리 생명의 근원이며,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의 중요한 일부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일…. 이 전시회에 참가하는 작가들은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 정부 기관의 LA강 재개발 사업이 과도하게 인공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에 대해 염려를 나타내며,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데이빗 에딩턴과 박다애 씨의 주도로 11명의 작가들이 뜻과 마음을 모아 지난 1년 반에 걸쳐 착실하게 준비했고, 전시 큐레이팅은 샤토 갤러리가 담당한다. 이 전시회는 몇 가지 점에서 반갑고 고마운 의미를 갖는다. 첫째, 미술가들이 현실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발언한다는 점이다. 특히 그것이 환경 문제라니 한층 절실하게 다가온다. 작가들이 예술의 사회적 기능이나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고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대부분의 작가가 저마다 자기 세계에 빠져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조형표현에 만족하는 현실에서, 여러 작가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소통하면서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고, 그 결과를 작품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정말 소중한 작업이다. 11인 11색의 조형으로 나타날 개성적 목소리가 기대된다. 둘째, 화랑의 역할이다. 갤러리가 예술가들과 뜻을 같이하며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물론, 상업 갤러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 문화의 한 몫을 감당하며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하는 전향적 자세도 필요하다. 샤토 갤러리는 그동안 그런 자세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온 셈이라서 감사한다. 아무튼 화가들과 갤러리의 합심으로 뜻깊은 전시회가 꾸려졌다. 이제 이 전시회를 완성하는 것은 관객들의 몫이다. 아무쪼록 많은 이들이 참석하여 작품을 감상하며, LA강의 오늘과 내일을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는 건강한 공론의 마당이 되기를 바란다. 예술과 함께 아파하고 꿈꾸는 동안 우리 마음속에 맑은 강물이 시원하게 흐르기 시작할 것이다. 전시회는 오는 8월12일부터 9월16일까지 샤토 갤러리에서 열린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화가 la강 la강 사랑 la강의 오늘 la강 재개발